모국어로 수학할 수 있다는 것

우연히 알고리즘에 걸린 영상 하나를 보게되었다:

https://youtube.com/shorts/puK2uOOR9zM?si=fD1wUPS5iD0zi9w7

 

 

"모국어로 교육받을 수 있음에 감사하라"는 메시지가 담긴 영상이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대학에 입학했을 때 나는 불만이 많았다.
한국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강의가 영어로 진행되거나,
한국어로 수업을 듣고는 시험 문제를 영어로 풀어야 하는 상황들이 어색하고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반발심도 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현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내가 알아야 하는 최신 연구들은 거의 모두 영어로 발표된다.
나 역시 연구 성과를 세계에 알리려면 영어로 논문을 쓰는 것이 당연하다.

요즘 영어의 벽을 더 크게 느끼고 있었던 터라, 이 영상을 보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한국처럼 아직까지 모국어로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남아 있다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꽤 특권적인 일이라는 것을.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에서 고등교육을 영어로 받아야 하는 학생들의 부담에 대해,
그동안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내 자신이 의아하기도 했다.

 

게다가 한국은 지금 학생 수가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어느 교수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은 한국어로 배울 수 있을 때 빨리 공부하고 졸업해라. 머지않아 학생 수가 더 줄어들면, 외국인 학생을 더 많이 받아야 하고, 그때는 대학 수업이 전부 영어로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보다 이 변화는 빠르게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오늘 이 순간 한국어로 수업을 듣고 토론하고 시험 볼 수 있었던 날들이
아득한 과거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오늘 스쳐간 짧은 영상 하나가, 내가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예전에, 어느 대선후보가 "초중고 영어교육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어 강한 반발이 일었던 적이 있다.

그때는 다들 '사대주의'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지금 와서 보니...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셨어도 어차피 올 미래였군요"...?